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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모음집. 하루하루 다이어리

일주일이 지났다

by 랜덤맛사탕 2022. 11.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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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부부가 해외에 있었던 그 주말밤에 서울 한복판에서 말도 안되는 안타까운 사건이 생겼다.

솔직히 너무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해서 좀 믿기 어려웠는데 딱 일주일 후인 이번 주말에 안경을 찾으러 이태원 근처에 갔다가 갑자기 울컥했다.

똑똑하고 글도 잘 쓰는 것 같은 어떤 여자의 블로그(거의 내 나이또래)를 구독하고 있었는데
이번 참사를 “안전불감증”으로 돌리면서 사람많은 곳은 안 가는게 상책이라고 써 두었다.
똑똑한 줄 알았는데, 똑똑한 척 하는 거였나. 역겹게 느껴졌다.

군중이 모일 수 있는 행사는 너무나도 많고, 군중이 모이는 건 너무나도 자연스런 일이다. 당장 9호선 출근길에 지하철에 고장만 나도 사람이 엄청 밀리면서 이리저리 휩쓸려다니기 마련이다. 야구장만 가도, 락페스티벌도 그렇다.

특히 서울은 넓은 평지가 부족해서
이른바 젊은 사람들이 놀만한 장소들은 다 골목이고, 좁을 수밖에 없다. 압구정, 신사, 이태원, 신촌, 홍대, 익선동, 경리단길, 한남동. 게다가 서울은 이런 장소들도 다 차량이 우선이다. 당장 신사만 가더라도 골목 사이 차들이 비키라고 엄청 빵빵댄다.

거기 있는 사람들 하나하나는 다 시민의식이 높았을 거다. 그런데 혼란한 상황에서 개개인이 할 수 있는 일엔 한계가 있다.

일방통행으로 지시하는 인력이라도 있었다면,
이니면 신촌 처럼 차없는 거리로 이태원 메인 차도를 그날만 막았더라도 결과는 달라졌을 거 같다.안전에 대한 불감증? 그건 두번째 문제다.

이런 일이 일어났을 때 정말로 절대로 하면 안되는게 피해자,희생자에 대해 탓을 하는 거다. 탓하는 건 정말 쉽지만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일자리를 찾아, 교육을 위해 서울을 떠나지 못하거나 서울에서 복닥거리며 사는 사람들에게 “그럼 왜 서울에 사니”라는 말까지 나올까 두렵다. 세상은 널찍한 아파트와 자가용을 소유한 사람만의 것이 아니다. 도덕적으로 고결하고 한 점 법 위반도 하지 않는 사람들만의 것도 아니다.

사람들이 길 위에서 모이고 만나는 거, 즐기고 노는 것도 사람의 인생의 한 부분이다. 불법도 아니다. 그런 상황에서 최소한의 안전은 보장해주는게 행정, 정치의 역할일 거다. 하지만.. 모르겠다. 점점 세상은 있는 자들의 넓고 프라이빗한 공간을 향유할 수 있는 고결한 취미 만을 존중해주는 것 같다. 그럴 수록 세상은 각자도생으로 변할 거고 우리는 서로를 경계하는데 온 힘을 쏟아 한 평생을 살겠지. 사실 벌써 그러고 있는 거 같아서 슬프고 허무하다.

#글 퍼가거나 재가공 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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