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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dia/책

[북리뷰] 우리의 인생이 겨울을 지날 때

by 랜덤맛사탕 2021. 12.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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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ridibooks.com/books/606002359

우리의 인생이 겨울을 지날 때

“당신도 나도, 이 책과 함께 지혜로운 겨울을 보내고찬란한 봄을 맞이하기를.” _최인아(최인아책방 대표)* 전 세계 24개국 출간 ** 《월스트리트저널》·《뉴욕타임스》·《가디언》 압도적 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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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책의 광고를 보았을때는 표지가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그 후로 내가 구독하던 유투버들이 이 책을 광고하길래 읽어보았다.
결이 비슷한 사람들이 추천한 책이라,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리디북스에서 결제하여 읽기 시작했다.

어떻게 말하면 좋을까…
이 책은 결코 대단한 내용은 아니다.
그렇지만 내 마음에 울림을 준 책 중에서는 2021년 이 책이 단연 1등이라 하겠다.

세상에는 성공담이 가득하고
어린이는 자라면서 마치 세계를 정복할 수 있는 것 처럼 교육 받는다.
서른살하고 몇해 더 살면서 나는 내가 상상해온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다.
지금도 괜찮다, 라고 되뇌여 본다. 하지만 살다보면 마치 나만 겨울을 지나고 있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여름을 즐기는 사람들은, 너도 할 수 있어! 라며 나를 조롱하는 듯 하다.

하지만 인생의 겨울은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고
어른이 된 우리에게 겨울을 그저 견디어 내는 시기는 꼭 필요하다는 게 이 책의 핵심내용이다.
겨울을 발판 삼아 성공하자는 그런 숨막히는 교훈적이고 단순한 모토로 갈음하기에
우리 모두가 느끼는 인생의 겨울은 너무 매섭고 복잡하다.
그저 이 시간 나를 정비하고, 내버려두고, 의미 없어 보이는 일들을 소복히 해 나가는 것
그게 지금을 보내는 가장 현명한 방법이라는 걸 이 책을 통해 배운다.

이 책에 음미하고 싶은 문장이 정말 많아서 형광펜 마킹을 계속 했다.
여기에는 일부만 올려본다.

아주 천천히 살금살금 다가오는데, 질질 끌어온 인간관계의 종결, 부모님이 나이 듦에 따라 점진적으로 늘어난 돌봄의 부담, 가랑비에 옷 젖듯 서서히 줄어드는 확신 따위와 함께 온다. 어떤 겨울은 몸서리쳐지도록 갑작스럽게 온다. 하루아침에 당신의 기술이 시대에 뒤떨어진 것 취급을 받는 걸 깨닫게 되거나, 근무해온 회사가 파산하거나, 당신의 파트너가 새로운 누군가와 사랑에 빠지게 된 경우처럼. 어떤 식으로 찾아오든, 윈터링은 보통 비자발적이고, 외롭고, 극도로 고통스럽다.
p.32
윈터링은 불가피한 것이기도 하다. 언제나 여름만 계속되는 인생도 있는데 우리만 그런 인생을 성취하지 못했다고 생각하기 쉽다. 우리는 영원히 태양 가까이 있는 적도의 보금자리와 끝없이 계속되는 불변의 전성기를 꿈꾼다. 그러나 삶이란 그렇지 않다. 우리는 우리는 찌는 듯이 더운 여름날, 침울하고 어두운 겨울날, 급격한 기온의 저하, 그리고 명암의 교차에 취약하다.
우리는 윈터링이 찾아올 때마다 곤혹스러워하며 이를 숨기거나 무시해야 하는 비정상 상태로 치부한다. 완전히 정상적인 과정을 비밀에 부침으로써, 겨울을 견뎌내는 사람들을 결국 발붙일 곳 없는 신세로 떠밀고 실패를 감춘답시고 일상으로부터 떨어져 나가도록 내몰아온 것이다. 하지만 이로 인해 우리는 값비싼 비용을 치르고 있다. 원터링은 인간의 경험 중 가장 심오하고도 영감에 찬 순간을 경험하게 하고 겨울을 난 이들 안에 깃든 지혜를 가르쳐주니 말이다.
p.37

속도를 늦추고, 자연스럽게 여가 시간을 늘리고, 충분한 잠을 자고, 휴식을 취하는 것은 요즘 유행과는 거리가 멀어 보일지 몰라도 꼭 필요하다. 겨울은 우리 모두가 아는 선택의 기로이자, 허물을 벗어야 하는 순간이다. 이런 일들을 하는 동안, 온갖 고통스러운 신경 말단이 드러나고 너무나 원초적인 상태로 돌아간 듯한 기분이 들어 한동안 자기 자신을 돌보아야 할지 모른다. 반대로 그런 일들을 하지 않으면, 해묵은 껍데기가 더욱 견고하게 자신을 뒤덮게 될 것이다. 어느 쪽이든, 그것은 우리가 결정해야 할 가장 중요한 선택 가운데 하나다.

그러나 스트레스는 부끄럽게도 주어진 상황에 잘 대처하지 못하는 나의 무능함을 방증하기도 한다 p.49

우리는 습관적으로 우리의 인생을 직선적인 것으로 간주한다. 탄생에서 죽음까지를 하나의 긴 행진으로 보고, 힘을 키워나가다가 서서히 젊음의 아름다움을 잃고 그 힘을 내려놓는 과정이라 여긴다. 이것은 잔인한 거짓이다. 삶은 숲을 통과하는 여정처럼 구불구불하다. 한창 울창해지는 계절이 있는가 하면, 잎이 떨어져 나가서 앙상한 뼈를 드러내는 계절도 있다. 시간이 지나면, 잎은 다시 자라난다.p.105

나는 계속 모로 누워 있다. 밤은 계속된다. 누군가 월급만 준다면 걱정하는 것을 직업으로 삼아도 될 듯싶다. 나는 이 기나긴 밤에 무엇을 걱정하고 있나? 돈. 죽음. 실패. 태양이 침몰하면 비로소 일어날, 조용한 종말의 친숙한 기사들(요한계시록에 등장하는 세상을 멸망시키는 네 기사를 의미한다 — 옮긴이). 나는 절벽 끝에 서 있는 내 집이 영원히 아래에 있는 바위로 떨어질까 봐 걱정한다. 나는 완전한 소멸은커녕 그저 놓쳐버린 월급봉투를 걱정한다. 나는 빚이 너무 많다. 가진 것이 아무것도 없다. 나는 이 지구상에서 40년을 살면서 내세울 만한 것도 없다. 먼지 쌓인 책더미가 있을 뿐.
P.118
남들의 불행을 지켜보면서 나라면 절대 취하지 않았을 어떤 방식으로 그들이 스스로 화를 초래했으리라 넘겨짚는 습성은 박정한 태도일 뿐만 아니라 우리에게도 해롭다. 재앙은 일어난다는 사실, 그리고 재앙이 일어났을 때 대처하는 방법을 배우지 못하게 되기 때문이다


우리의 인생이 겨울을 지날 때 | 캐서린 메이 저

누군가는 베짱이 누군가는 개미인 것이 아니다.
인생에는 개미의 시기와 베짱이의 시기가 모두 있다.
그리고 그 두 모습은 내가 생각하는 극단의 상상력에 의해 만들어 진 것이다.
실제로 인간은 베짱이와 개미 그 중간에서 왔다갔다 하는 존재다.
중요한 건 베짱이의 겨울이 우리의 약점때문에
우리 자신에게만 온다는 죄책감을 가지지 않는 것.

휴식하면서도 강박적으로 생산성에 집착하는 내게
지금은 윈터링의 시간이라는 걸 인정하게 해주는 책이었다.

별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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