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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모음집. 하루하루 다이어리

결혼할 수 있을까?

by 랜덤맛사탕 2021. 10.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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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이 D- 12일로 다가왔다.

와, 이렇게 쓰고나니까 너무 실감이 나면서도 겁이 난다.

혼인 서약에 어떤 내용을 쓰면 좋을까 고민하다가 갑자기 섬짓한 기분이 든다. 실감이 나질 않는다. 

심지어 돌아오는 주말에는 고향에 내려가서 피로연을 한다. 

 

이미 예비 신랑과 같이 산지는 다섯달 째로 접어들고 같이 사는 것은 따뜻하고 좋다.

그런데 '예식'이라는 거 자체가 참 신경 쓰인다... 

 

나 결혼할 수 있을까?

회사에 너무 큰 이슈들이 많이 터져서, 손에 땀이 날정도다.

입사하고 나서 이렇게 산발적으로 많은 (새로운) 일을 처리해보는 것이 처음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게다가 나의 상사 자리가 공석인데 하필 상사가 처리해야 하는 이슈들이 터지고 있어서...잠을 이루기가 힘들다.

해야 할 작은 일들을 자꾸 까먹어서, 뭔가 놓친거 같은 기분이 계속 든다. 

 

 

그래 결혼할 수 있겠지?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는 마음을 없애면 할 수 있을거다.

양가 부모와 서울에 사는 친척, 증인이 될 소수의 친구가 참석하는 아주 작은 결혼식.

무엇이 문제가 되겠는가? 

 

만약 그날 음식이 안나온다면, 그냥 갈비집을 가서 설렁탕을 먹자.
만약 그날 내가 많이 아프다면, 타이레놀을 먹고 식은 15분만에 하고 드러눕자.
혹시 끝내지 못한 일이 있다면, 신혼여행 가서 빨리 처리해버리고 노트북을 닫으면 되지 (외면하면 더 신경쓰일테니)
흰색 드레스에 케쳡을 흘리면, 예비로 가져가는 흰색 원피스로 갈아입자.

 

예전에는 이렇게 이성적인 생각도 못하고 걱정만 하더랬다. 

아... 그래도 아직 해피한 내 남편을 따라가려면 멀었다. 

 

회사의 동료분들과 함께 식사를 하다가, 결혼준비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그때까지 회사 일을 다 처리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씀드렸더니, 그 분이 그러더라.

"회사일은 어떻게든 누군가가 처리하겠지만, 결혼식은 단 한번이잖아요."

 

이렇게 당연한 생각을 하지 못하고 살던 나였다.

해야 하는 일에 사로잡혀서, 나에게 소중한 일은 뒷전으로 미루던 나.

그나마 남편이 될 사람을 만나서 많이 바뀌었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멀었다. 

 

걱정 고민 불안으로 덕지덕지 된 삶을 살다가 죽는 날에 후회하지 않게. 

내게 소중한 것들을 지켜나가는 노력은 유부가 되어서도 계속해야지. 

 

그리고 그 첫 시작이 

사랑스럽고 정다운 나의 연인을 배우자로 맞이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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