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생각모음집. 하루하루 다이어리

Ep.2 결혼준비 - 내 집을 마련한다는 것.

by 랜덤맛사탕 2021. 5. 11.
반응형

오늘은 보금자리론 대출 실행에 필요한 은행 서류를 떼러 주민센터에 갔다.가는 길에 이런저런 생각이 들더라.
고등학교때 부터 혼자 살기 시작해서, 이제 13년정도가 되었는데도 여전히 나는 혼자 살아가는게 힘겹다.

엄마는 내가 독립적이라고 하지만, 행동과는 별개로 마음은 늘 외롭고 고단했다.혼자 살며 크고 작은 일을 처리할때, 온전히 맡길 수 있는 사람은 없더라. 죽도록 아파도 멀리 계신 부모님은 안타까워만 할걸 알기 때문에 그냥 혼자 택시를 타고 병원에 가는게 더 현명한 선택이라는 걸 일찍 알게 되었다.

그래서 그냥 나는 가족에게 나의 감정적인 불안을 토해내고(주로 엄마에게 나의 고민과 걱정 오백가지를 쏟아내는 방식으로), 약간의 힘과 의지를 얻은 다음 힘을 내어 어려운 일을 처리했었다.

매번 자취방을 혼자 구하고(지금 사는 집도 몇번째 집인지.. 고등학생일 때부터 헤아려보면 벌써 열번째 집이다) 공과금을 내고, 누수가 되면 주인에게 연락하고, 이상한 벌레가 생기면 울면서 처치하고, 집주인한테 험한 이야기를 듣고, 보증금이 날아가는 걸 보기도 하고, 이사 아저씨한테 맘 상하기도 하고, 내 분수에 맞지도 않은 집에 살아보기도 하고, 빛 안드는 곳과 빛 드는 곳에도 다 살아본 것 같다.

“결혼을 해야 철이 든다, 아이를 낳아봐야 철이든다”는 이야기가 어렸을때는 너무 교만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결혼을 꼭 해야 철이든다면, 이세상 결혼한 사람들은 다 성인(saint)이어야 되는 것 아닐까? 그럼 아이를 낳고서도 가정폭력을 휘두르는 사람은 뭘까? 하면서 온갖 반례를 들고는 했다.

그런데 이제 그 말의 속뜻을 아주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듯 하다. 함께 살아가는 “결혼”, 그 결과물까지 가기 위해서 거쳐야 하는 수많은 조율과 결정, 이해와 인내, 선택과 포기는 인생에서 거쳐왔던 풍파와는 또 다르다. 고민한 만큼 성장한다는 것, 경험의 폭이 넓어진다는 말을 어른들은 해주고싶었던 것 같다. 아이를 키우면서도 얼마나 고민되고 어려운 순간이 많을까? 그건 아마 다른 경험과는 결이 다른 도전일거다.

그렇기에 결혼하여 함께 살 집을 마련하는 이 과정이 나에게는 나를 단련시키는 시간 같다.

우리집을 마련하는데 들어가는 노력과 마음 졸이는 시간은 “집 샀다”의 세 글자로는 전혀 설명되지 않는다.

그 속에는 내가 거쳐온 열 번의 이사와, 홀로 누워 잠들기 직전에 느껴지는 그 적막함, 이제는 집에 문제가 생겨도 함께 고민을 나눌 사람이 있다는 행복감, 씀씀이를 줄여야 하는 우리의 각오, 우리가 함께 살아갈 시간에 대한 걱정과 기대가 함께 있다.

반응형

'생각모음집. 하루하루 다이어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재택근무가 많은 요즘  (0) 2021.08.09
기다리는 시간  (0) 2021.08.02
시장.  (0) 2021.07.12
불안을 없애기 위하여.  (0) 2021.06.21
결혼준비 Diary Ep.1 푸념  (0) 2021.0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