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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모음집. 하루하루 다이어리

일그러진 "메타인지"와 겹겹이 쌓인 생각들 (feat. 코로나 확진)

by 랜덤맛사탕 2022. 2.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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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진 후 여러 기관에서 문자가 왔었었다

 

코로나19 확진으로 인한 격리 기간 중에 남겨보는 글. 

 

 

나의 오랜 생각 습관이 있다.

그건 바로,나의 생각의 <생각>하는 거다. 

그리고 그 끝은 보통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나를 견딜 수 없다."로 끝나게 된다.

 

최근의 예를 들어 보자. 

며칠전 나는 코로나19 확진 양성 문자를 받고 격리가 되었었다.

(실은 아직도 격리 중이다. 다행히 확진 전에도 재택근무 중이었어서, 생활에 큰 변화는 없다)

 

확진을 받을 즈음에 나는  회사에서 제일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쥐어 짜내면서 하고 있었다. 

나의 무능력함, 또는 나와 전혀 핏이 맞지 않는 일을 굳이굳이 나에게 맡기고 있는 회사를 원망하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코로나19에 걸리니까,

 

묘하게 살짝 안심이 되는거다.

'아, 핑계거리가 생겼구나. 내가 이번에 하는 일을 약간은 허술하게 해 가더라도, 크게 혼나지는 않겠지...?'

그러면서, 어쩌면,

내가 마음 속 깊이 코로나에 걸리기를 원했고 그래서 이 바이러스가 나에게 침투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기까지만 했다면 좋았을 텐데.

역시 나의 생각 습관은 멈추지를 않는다.

그런 생각을 하는 나를 미워하는 데까지 기어코 도착해서야 생각이 끝이난다.

 

<코로나 19를 걸리기를 무의식적으로 바라고 있는 나>를

<바라보면서. 참 한심하게 산다고 비판하는 나>에 도달하는 거다.

 

메타인지라는 개념이 있다. 

1970년대 발달심리학자인 존 플라벨(J. H. Flavell)에 의해 만들어진 용어로 '자신의 생각에 대해 판단하는 능력'을 말한다. 

 

그렇다면 나의 생각에 대한 생각은 무엇일까. 심리학자들이 볼 때 이것은 메타인지가 아닐 것 같다. 

메타인지 능력이 뛰어날 수록 아는 것과 모르는 것,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구분하고

이성적으로 할 수 있는 것들을 개선해 나갈 수 있는 역량이 높다고 한다. 

그런데 나의 생각의 생각을 통해 내가 얻는 것은 무엇인가? 없다.

그저 내게 뿌연 안경 같은 역할을 할 뿐이다. 앞에 무엇이 놓였는지 모르게 모든 걸 가려버릴 뿐. 

 

나의 일그러진 메타인지는 언제쯤 내 머릿속에서 지워질 수 있을까?

이 '생각 습관'의 배터리를 방전시켜서 영원히 내 뇌 속에서 죽어버리도록 하고 싶다. 다시 살아나지 못하게 말이다.

 

하지만 잊을만 하면 나의 무의식이 여기에 충전기를 꽂아주나보다.

젠장. 깜빡 깜빡하며 꺼질 것 같다가도 이렇게 종종 자신의 존재감을 나타내며 음침하게 내게 다가온다.

그 습관을 기어코 다시 충전해서 살려내고 살려내는

충전기를 뺏어 버리고 싶지만,왜인지 모를 불안함에 그렇게 까지는 못하는게 나의 실상이지 싶다.

 

나의 삶을 어느정도 지탱해주고, 내게 좋은 방어기제이기도 한

'부정적인 자기 피드백'을 시원하게 버려버리는게 쉽지가 않다.

 

마치 과일의 썩은 부분을 아깝다고 도려내지 못하고 있는 것만 같은 느낌이랄까.

이렇게 2월도 지나간다.

코로나19에 걸렸던 것도 다 이제는 과거의 일로..

 

 

p.s.

코로나19는 다행히 심하지 않게 지나갔다.

초반에는 아팠지만 지금은 거의 다 나아가는 듯하다. 

다만 아직도 맛이 100퍼센트로 느껴지지는 않는 듯 하다. 아무리 짠 음식을 먹어도 짜게 느껴지지 않는 걸 보면. 

하루단위로 나에게 카톡을 보내서 "오늘은 어때?" 하고 건강을 물어봐주는 사람이 너무 고맙게 느껴졌다.

증상이 경미했으니 "난 어쩌면 코로나19에 걸리기를 원했다,"라는

안일한 생각을 한게 아닐까.......라고 생각이 미치는 걸 보며

 

아, 또 시작된 나의 생각 습관이란... 여기서 글을 마무리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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